적당히 어릴 적에, 왜 혼이 나는지도 모르고 혼이 났지요. 운다고, 떠든다고, 말이 없다고, 말이 많다고, 시키는 대로 안 했다고, 한 번도 무엇이 어떻게 잘못 되었다고 설명은 없었어요.
사는 길은 하나, 눈치가 빨아야 됐지요. 지금 돌아보니 눈치란, 적당히 알고 재빨리 처세하는 것이네요. 나도 모르게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늘 피해의식과 불안과 두려움의 종노릇했네요.
남의 눈치에 민감하다보니 내가 누구인지는 알 겨를조차 없었어요. 내가 나를 살지 않는다는 것조차 몰랐지요. 내가 나를 살면 나이면 되는데 내가 나 아니니, 그 많은 의가 필요했어요. 공부도 잘 해야 되고, 생기기도 잘 나야 되고, 능력도 있고, 기술도 있고, 총명도 있고, 인기도 있고, 선해야 되고, 인품도 있어야 되고, 성공도 해야 되고, 항상 뛰어나야 되고, 어디서나 인정받아야 되고 .....
무거운 짐지고 억지로 살다보니 남은 건 허무와 상처 밖에 없네요.
내가 나로 살면 당연히 나 전체로 사는 건데 그냥 마음, 뜻, 힘을 다해 사는 건데 눈치로 적당히 살다보니, 나 자신은 산 적도 누린 적도 없어 돌아보는 길에는 허무만 짙어지네요.
이제는 버립니다. 굶고 헐벗어 죽을 것도 아닌데 생존에 매달리는 것을. 나를 살 것입니다. 조금 어렵고 어색하지만 나로 살렵니다. 그 정열, 그 꿈을 다시 한번 피어내어 불사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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