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를 한 세기 후에 구한들
일본의 선각자 우찌무라 간죠가 일본의 제국주의와 그 침략을 비판함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후에 도쿄 시내의 6평짜리 다다미방에 젊은이들을 모아 성경을 가르쳤다.
그 성경연구모임의 출신들이 전 후에 일본을 일으키는 각 부분의 리더들이 되었다.
우찌무라 간죠는 그때의 조선인 유학생들도 받아주어 김교신, 함석헌, 송두용, 정상훈,
유삼안, 유인성 등이 그 모임의 출신들이다.
이들은 우찌무라 간죠로부터 깊은 정신적 영향을 받고 한국의 근대사 주요 인물들이
되었다. 그 중에 김교신은 그 중의 리더격으로 조선이 다시 일어서는 길은 성서의
정신이라는 확신 아래에 「성서조선운동」을 펼쳤다. 1921년부터 우찌무라 간죠에게
배운 김교신은 모든 자리에 부패한 조선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성서라는 확신 아래에
1927년 1월「조선성서연구회」를 만들어 매주 모여 성서를 연구하고 기도하였다. 그 해
7월부터「성서조선」이란 월간지를 발간하였는데 그 창간호의 창간사 일부를 옮겨본다.
걱정을 같이하고 소망을 한 곳에 붙이는 어리석은 자 5, 6인이 동경 시외 스기나미
촌에서 처음으로 회합하여 <조선성서연구회>를 시작하였다. 매주 때를 기하여 조선을
생각하고 성서를 공부하면서 지내온 지 반년 남짓하여 누군가 동의하여 그간의 소원이던
연구의 일단을 세상에 공개하고자 하여 그 이름을 <성서조선>이라 하게 되었다.
. . . . 다만 우리의 마음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은조선이란 두 글자이고, 애인에게
보낼 최고의 선물은 성서 1권뿐이니 양자의 어느 하나도 버리지 못하여 된 것이 이
이름이었다.
. . . . <성서조선>아, 너는 우선 이스라엘 집으로 가라. 소위 기성 신자의 손을 거치지
말라. 그리스도보다 외국인을 예배하고성서보다 회당을 중시하는 자의 집에서는 그
발의 먼지를 털지어다. <성서조선>아 너는 소위 기독 신자보다도 조선의 혼을 소유한
조선인에게 가라. 시골로 가라. 산촌으로 가라. 거기서 나뭇꾼 한 사람을 위함으로 너의
사명을 삼으라.
. . . . <성서조선>아, 너의 창간일 이후에 출생하는 조선인을 기다려 면담하라. 서로
담론하라. 동지를 한 세기 후에 구한들 무엇을 한탄할 손가. (1927년 7월, 창간호)
성경은 이런 때에 빛을 발한다. 인류와 역사를 구하고 살리려는 가슴이 성경을 만나면
성경은 빛을 발하는 계시가 된다. 그러나 나 하나의 이기, 안전, 안녕을 위해 성경을
대하면 성경은 빛도, 재미도, 성경도 없는 죽은 이야기가 된다.
오늘 기독교 안에는 성경이 죽어 있다. 교리의 전횡과 선악과로 보는 눈 멈과 자기
의를 세우려는 이 시대의 바리새인들의 손에 성경이 품은 생명계시의 빛은 감추어져
있다. 성경은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빛을 보고 기뻐하며 누릴 삶들을 어린아이와 같은
심령으로 모든 것을 경이로워 하며 모든 것과 벗이 되어 서로와 교통을 즐길 사람들을
억눌리고 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만물이 각각 자신의 모습과 유업의 영광으로 피어나게
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성경의 사람은 성경을 지식적으로 통달한 사람이 아니고, 성경의 생명으로 그 삶에서
계시의 빛을 발하는 사람이다. 치료의 광선이 나오는 사람이다. 하나님의 사람도
종교전문가가 아니라, 생명의 자유가 강물같이 흐르게 하는 사람이다. 생명보다
교리를 예배하고 말씀보다 조직과 기득권에 눈먼자들에게서 발의 먼지를 털어버려라.
기독교인보다 생명 억눌림에 아파하는 가슴으로 먼저 가라.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라!
이민의 광야, 그 거친 땅에도 노래하며 꿈을 꾼다, 하나님의 생명 피어나는 사람들이
일어나는 것을. 전혀 새로운 꿈에 붙들려 신령한 노래와 찬미와 예언과 방언으로 초월적
하나됨의 기쁨을 누리는 공동체를. 때로는 미친 것 같은 나를, 미치지도 않고 어찌 이
땅에서 생명을 살랴 하며 큰 웃음 지으며 하늘을 본다. 생명에 미쳤던 사람들 모세, 다윗,
요시야, 이사야, 다니엘, 나사렛 예수, 바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본다. 동지를 한 세기
후에 구한들 무엇을 한탄할 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