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Title제국에 지쳐가는 사람들2018-01-25 23:19
Name Level 10

제국에 지쳐가는 사람들


성경은 역사를 제국이냐, 하나님나라냐로 간단히 봅니다. 제국은 승리와 성공이 전부이고,


하나님나라는 하나됨과 같이 누림이 중심입니다. 세상 역사는 물론 제국의 역사이고 제국은


승리와 성공을 담보로 사람들을 미친 듯이 몰아갑니다. 승리는 둘째치고 그 분위기에서


떨어지는 것조차 두려워서 사람들은 자신과 자녀들에게 실제 가능성은 거의 희박한 막연한


바램(wish)으로 삶을 몰아갑니다. 여기 작은 용기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나 모델로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용기를 내시려면 제국의 경재에 못지않은, 아니


더 처절한 열심과 더 굳은 용기를 내셔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쉬워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렵지만 생명의 길, 산 길, 영원한 길이기에 선택합니다.


그러나 위로가 있습니다. 제국의 길은 두려움 속에서 홀로가다 사라져 버리지만,


하나님나라의 길은 자유 속에서 기쁨이 자라나기 때문에 더 힘들지만 30, 60, 100배의


에너지가 솟아나는 길입니다. 아래의 글은 한겨레뉴스에서 나누어진 천만원짜리 전세방에


살며 두 딸을 기르는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두 딸에게서 나타나는 기상이


범상치 않아 이 글을 나눕니다.


어느 날 부산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고교에 입학한 큰 딸한테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문자가 오는 거야. 기가 막히는 게, 그때 내가 했던 강의 주제가 아이들에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히게 하지 마라는 거였거든. 폼 잡고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런 문자가 온 거야. 처음엔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답장을 쓰다가 그래라고 썼지. 집에 와서 왜


관두려 하느냐고 물었더니 좋아하는 운동화도 못 신게 하고, 억지로 해야 할 게 너무 많고, 다른


아이들하고 경쟁하기도 싫고, 학교가 공부 잘하는 아이와 안하는 아이 딱 구별해 놓고 될성부른


싹들만 키우려 하는 그런 느낌도 싫다고 이유가 많은 거야. 그래서 약속을 했지. 이담에 너 후회하지


않기다. 엄마, 그때 왜 두들겨 패서라도 공부 안 시켰어. 뭐 이런 원망 하지 않기다. 그리고 이제부터 네


인생 네 거니까 네 앞날은 네가 개척해야 한다. 나는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랬더니 알았다고


경쾌하게 대답하고는 1년을 잠을 자더라고. 내가 특별히 계획표나 뭘 요구한 게 없어. 뭐 그거대로


하지도 않을 거고 이뤄지지도 않잖아. 제 인생 제가 살겠지 생각했어.


그래도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걸 만나면 새벽부터 밤중까지 견디면서 해내는 걸 봤기 때문에 큰


아이가 학교 그만두고 1년 동안 잠만 자는데도 내가 믿었던 거지. 제가 좋아하는 일을 아직 못 찾아서


그렇겠구나! 생각했지. 그러다가 직업체험 대안학교에 다녔는데 거기에서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은 거야. 원래 손으로 뭐 만들고 그런 걸 좋아했는데, 거기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해 본거지.


인턴수업을 한다고 직접 개인 의상실에 찾아가고, 옷을 만들고 납품하고, 판매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시장에 천 사러 가고. 그런 걸 하면서 너무 재미있어 하는 거야. 새벽같이 일어나서 무거운 옷가방


들고 시장이며 어디를 돌아다니는데도 힘들어 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내 믿음이 결코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했지. 내친김에 자격증까지 따 보겠다고 큰 딸이 취업훈련소 다닌 적이 있는데 거기


진로상담사가 왜 그런 험한 일을 하려고 하느냐면서 진심으로 안타깝게 걱정을 해 주는 거야.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건데 그런 말을 들으니 딸은 이상하지. 그래서 내가 그랬어. 넌 전태일의 후예야. 네가


좋으면 그 일을 그냥 하면 돼.


언니가 학교에 안 가니까 초등학생이던 둘째 딸이 저도 학교 안 가겠다고 해서 내가 고민을 했어.


우리나라는 의무교육이야. 그래서 부모가 애들 학교를 안 보내면 감옥 가야 해. 그랬더니 멀쩡하게


잘 다녔지. 근데 중 1때 진상 담임을 만난 거야. 아이들한테 죽여버린다 라는 말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화가 나서, 너도 언니 따라 학교 그만 다니라고 그랬지. 근데 그냥 다니겠다는 거야. 이제


친구들도 사귀었고, 담임이 자기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면서 엄마 내가 참아볼게. 운 좋으면 내년에


좋은 선생님 만날 수도 있어 그러는데 내가 눈물이 나더라. 나는 분해서 당장 그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얘가 나보다 어른스럽더라고. 아이한테 학교 가서 껀수 잡히지 말라는 충고밖엔 해줄 게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