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Title떠내려간 건 산게 아니야2018-01-2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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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내려간 건 산게 아니야


언뜻 보기에 엉성해 보이는 데 다시 보니 정신이 번쩍 드는 책이나 영화가 가끔 있다.


90년대 할리우드의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문화재로 선정되어 정부가 문화유산으로


영구보존하고 있는 영화 Groundhog Day가 그 대표이다. 로맨틱 코미디여서 건성건성


보다가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서 아차 싶었다. 그렇게 볼 작품이 아니였다는 걸 늦게서야


알아채고 다시 보면서 삶의 정곡을 찌르고 있음을 알았다. 끝 장면에서 나오는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오늘이 내일이에요.대사는 내게는 인류 전체의 명대사 3개를


꼽으라면 꼭 들어갈 최고의 펀치라인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 와 있어야 하는데, 내일 즉 새 날이 오지


않고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다. 주인공 필 코스너는 방송국의 기상캐스터이다.


시니컬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차도남이다. 그는 보스로부터


그라운드혹 데이 취재를 지시받고 현장으로 가서 행사를 보도했다. 그라운드혹 데이는


우리의 경칩과 비슷한 절기로 봄을 알리는 동물인 그라운드혹(두더지류)가 겨울잠에서


깨어났으면 봄이 왔다고 선포하는 문화절이다.


원래는 당일 취재였는데 폭설이 내려 꼼짝없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


눈을 뜨니 마을 사람들은 어제 아침과 똑같이 축제준비를 하느라고 부산하였다. 그는


자신이 시간의 블랙홀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 자고나면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무슨


짓을 해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시간의 반복에 완벽하게 갇힌 것이다. 절망한 그는 자살도


시도해보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 이고 시간은 반복된다. 그는 막 살아 보기로 한다. 여자를


꾀고, 돈을 훔쳐 흥청망청 쓰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동료 여기자 리타와의 사랑으로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오늘 일어날 일을 미리


아는 자신의 신통력(?)을 사랑으로 쓴다. 타이어가 펑크나 쩔쩔매는 할머니에게 나타나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아이도 구한다.


사람의 일상이 결국은 같은 날들의 반복이지만, 사랑에 눈을 뜨면서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게 되고 그 때에 그 같은 날들은 더 이상 반복이 아니고 새 날이라는 평범하지만


삶의 핵심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아침의 시작이 달라진 것을 깨닫고 옆에 잠들어 있던


리타를 깨우며 감격에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오늘이 내일이에요.를 외치며 필은


완전히 새 사람으로 태어난다. 그렇다 새 시간은 시간이라 느끼는 현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즉, 인격 속에 있다.


일상에 떠내려가는 삶은 산 것이 아니다. 생명이 아니다. 생존은 산 것이 아니라


떠내려가다 죽음에서 허무해지는 것이다. 생명은 거센 물결에도 나의 가치와 의미를


향해 몸부림치다가 죽음에서 드디어 날개를 펴 무한의 영원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다.


오늘 명상은 고흥산 어부의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모습을 생각하면 나의


조그만 어려움들은 안개가 도말되듯이 사라지고 새 용기가 솟아난다. 삶은 멋지다,


초월할 수 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