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 생명의 창조성
천진난만하던 아이가 자기 의에 대하여 의식하기 시작하면 경직되기 시작한다. 경직되
면 자유로움이 잃어지고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 가슴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 불안과 두
려움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것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굳게 붙들고 놓지 않는다. 친하게
지내는 목사님과 바꿔읽기를 한 책이 크리에이티브 테라피인데 요즈음의 묵상 주
제인 천진난만과 통하는 면이 있어 소개해 본다. 저자 윤수정씨는 한국의 영화계와 광
고계의 대표적인 카피라이터라고 한다. 창조성이 생명인 직업에서 뛰는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싱싱하게 뛰어오르는 콘셉트의 기본으로 세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망해야 한다.
좋은 콘셉트를 얻으려면 먼저 망해야 한다. 실패하여야 하고 가진 것이 없어야 한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성공은 실패라는 옷을
거꾸로 입을 때 이루어진다.는 말은 창의력을 다룬 책의 한 구절이다. 그녀의 고백
에서 현대무용의 어머니 이사도라 덩컨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평생 춤을 추었지만
언제나 가난했고, 가난했지만 평생토록 춤을 추었다. 가난이 춤외에는 모든 것을 잊게
했고, 춤이 가난을 잊게했다. 나는 아무 것도 없는 자리에 있었기에 춤만을 피워냈
다. 가난 조차도 나에겐 더 큰 열정의 바탕이 되었다. 아무 것도 없었기에 춤에서 새
로운 것을 피어낼 수 있었다.
둘째, 쉬어야 산다.
두 번째 비법은 휴식이다. 쉬어라의 놀라운 효력은 역사적으로 입증된 바이다. 뉴
톤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은 캠브리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때가 아니
다. 흑사병이 유행하여 대학이 휴교하자 고향에 내려가 쉬고 있을 때인 165년이었
다. 캠브리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더라면 그런 발견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
다. 쉬어야 보인다. 일을 내려놓고 아이가 되어라. 어른은 쉬면서도 다음 것을 걱정한
다. 내일을 내려놓을 때 전체가 비로소 보인다. 오늘을 누릴 수 있다.
셋째, 놀아야 산다.
날마다 꾸준히 놀아야 한다. 놀 줄을 모르고 일만 하는 사람들에게서 창조적인 업적을
기대할 수 없다. 잘 노는 사람이 창의력 있는 업적을 이룬다. 스피노자의 말에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 놀이는 크리에이션 자체이
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놀고 있을 때에는 모든 것을 가슴으로 받고 느낀다. 규정된
것들을 보는 것이 아니고 가슴에 스치는 것들을 받는다. 이야기는 바람과 같다. 흔들
리는 것이 있어야 비로소 눈에 보인다.라고 했다.
윤수정씨의 세가지를 하나로 묶으면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라일 것이다. 모두가 프란치
스코 교황을 좋아한다. (물론,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를 좋아하는데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 이에게 나는 그를 보면 교황이 보이지 않고 사람이 보여서 좋
다고 했다. 그의 행보나 모습 전체가 교황이라는 직위보다 영성의 순례에 함께하는 길
벗으로 다가온다. 대표적인 예로 하나 나누어보자. 그는 올해 초에 자신의 새해결단
10가지를 나누었다.
1) 험담하지 않느다.
2) 음식 남기지 않는다.
3) 다른 사람을 위하여 시간을 낸다.
4) 좀 더 가난하게 산다.
5)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간다.
6)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7) 반대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8) 교리들에 대하여 헌신한다.
9) 기도하는 습관을 들인다.
10) 행복하게 산다.
참 자유하고 소박하다. 교황이면 험담 정도는 이미 안하는 척해야하지 않나. 이게 1번
이라면 죄송하게도 내가 훨씬 낳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기도하는 습을 들인다.는
압권이다. 교황의 기도는 정말 천국 열쇠라고 믿는 사람들이 수십억인데 이제 나도 좀
정기적으로 기도해야되겠단다. 왠지 만나면 금방 친해질 것같은 느낌이다. 그 높고 큰
관을 쓰시고도 이 정도면 나는 그의 신들메를 들기에도 부족하다. 요 쬐그만 교회에서
목사라고 나도 모르게하는 척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제, 나도 천진난만해져야지. 왕으로써 회개한 다윗을 배워야지, 나도 하나님의 마음
에 합한자가 되고싶다, 인간 앞의 나를 십자가 밑에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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